몇 년에 걸쳐, 타인의 영어 관련 간단한 해석 및 영작 일을 이른바 친하다는 이유로 거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쪽 성향이, 꼭 뭐든 끄집어내서 놀리거나 '약점을 잡았다' 식으로 말하는 등의 방식으로, 틈만 나면 상대방을 어떻게든 깔아 뭉개려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걸 장난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정도는 장난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과연...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장난일까?

몇 주일 전, 간 김에 친절하게 옆 컴퓨터에 앉아, 2-3분 내에 그쪽이 필요로 하는 영어의 해석을 해주고 왔다. 그랬더니 간만에 또 한 번 찍어 눌르고 싶었던 모양인지, '너 영어 제대로 못하는거 아니냐?' 식의 문장을 말하더라.

내가 그 집에서 급료를 받고 일하거나, 영작 및 번역 껀당 돈을 따로 받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거 전혀 없이 '친하다는 이유 만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그쪽 스스로가 말하고 인정한 사항이다.

그래서 나는 '못 믿겠으면 다른 사람 쓰세요.'라고 했다. 사실이 그러니까. 내 영어를 믿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쓰는 것이, 그쪽에게도 내게도 서로 윈윈하는 거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끝없이 깎아 내리고 밟고 올라서려 하니까. (내가 그쪽에서 받은 이메일 중 '넌 같이 일할만하다. 그렇다고 너가 잘한다는게 아니다. 너가 양아치가 아니라는 거다.' 는 내용이 있다. 이게 욕인가 칭찬인가?)

그랬더니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그럼 하지 마'라고 했다. 그래서 난 몇 번 되물었다. '정말 하지 말까요?' 대답은 반복되었다. '하지 마. 그럼 안하면 될거 아냐. 뭘 그딴거 갖고 생색내고 그러냐?'

아마 그렇게 내게 말하는 것이 이기는거라 생각했을 거다.

성격이 어느정도 격하다는 것은 이미 알았고, 잘할때와 못할때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안다. 그걸 알고 받아들이면서도 교류하고 일하고 그랬던거지.

하지만 난 내가 영작하고 해석하는 걸로 생색낼 생각도 이유도 없고, 거저 일 해주고도 (Give & Take가 아니라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영작했다는 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그쪽이 오래전에 한 말이다.) 뻑하면 씹히고 밟히고 짓눌릴 이유도 없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내가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여러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그럼 하지 마'라는 얘기를 스스로 내놓았고.

며칠 뒤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미안한건 당연히 이쪽도 이해하는 바. 인생 그럴 수도 있고 이럴 수도 있지. 성격 그런거 모르는 바도 아니고. 하지만 그게 영작을 다시 해드린다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가뜩이나 난 내 개인 일로도 바쁘고, 내 영어 쓰는 것 만으로도 이미 골아프고 가끔 화가 날 지경이니까.

'미안하다'는 내용이 온 다음 날, 영작해달라고 왔다. 내가 해석하고 온 것의 답장.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몇주일 더 생각을 했다. 아. 나는 남의 영작 해준다고 깝치고 다니면 안되겠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생색이나 내는걸로 보일테니까.

그런데 아쉽게도 최타로 군이 보내온 영작 껀(이쪽은 '페이'도 준다고 했다.)이 딱 그 시기에 겹쳤다. 그 일이 있던 날이던가 그 전날이던가 원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며칠동안 더 생각을 해보면서 정말 이걸 내가 해도 되는건지 어떤건지 결정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몇 주일이 가버렸다. 그래서 최타로군의 시간도 많이 날라갔다. 졸 미안한데, 뭐라고 할 말이 없더라. 이 글을 통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여하건 난 내 남은 생애동안, 남의 영작이나 해석 같은거 한다고 깝치지 않고 살기로 했다. 물론 돈 주거나 한다면 그건 받는 순간 내 일이 되는 거니까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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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layXP_Jsr 2006/12/12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번역이나 영작작업을 자주해서 느끼는건데
    작업자체는 짜증나고 귀찮고 힘들기도한데 -_-
    노력에 비해 티가 많이 안나죠
    즐겁게 살기에도 모자란시간 광님 기분을 푸세요 ^^

  2. BlogIcon 작은로마 2006/12/12 0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론은 돈부터 줘야 영작을 해 주겠다는 건가? ^^ (농담임)

  3. BlogIcon Phio 2006/12/12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해주는 사람이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면,
    정반대로 일 시키는 사람이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도 있는 법이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군요. 뭐 남말할 처지도 아니지만.


    Ps.
    여담인데, 땄음.
    그것도 생각보다 싸게. 비바.

    역시 일본은 엑박의 불모지(펑)

  4. 싱하형 2006/12/13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마 제 애기? ㄷㄷㄷ

  5. BlogIcon hansang 2006/12/13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인간적인 친분과 비지니스는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